주택 매매의 새 트렌드 ‘가상 인테리어’
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바이어 마켓’이 형성됐다. 주택 소유주가 집을 내놓는 순간 팔리던 호시절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집을 팔기로 마음먹었다면 최대한 ‘눈길’을 끌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예비 주택 소유주를 끌어당길 수 있을까. 전통방식 순서는 이렇다. 부동산 에이전트를 고용한다. → 집수리에 나선다. → 오픈 하우스를 위해 각종 가구도 잠시 임대한다. → 바이어를 찾은 뒤 계약을 체결한다. → 빌린 각종 가구를 반환한다. 2022년 시대가 변해간다. 시야를 좀 더 넓히면 기존에 들인 발품의 수고로움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가상 인테리어(Virtual Staging)’가 그 주인공. 가상 인테리어는 고화질 사진과 컴퓨터 그래픽 기술 등을 활용한다. 가장 큰 장점은 매물로 내놓을 주택을 마음껏 꾸밀 수 있다. 완성된 가상 인테리어를 보면 진짜 가구를 배치한 것처럼 구분이 안 된다. 낑낑대며 낡은 가구를 옮기고 비싼 돈 들여 전시용 가구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특히 바이어가 집의 구조와 형태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그다음 순서 진행은 물 건너간다. 가상 인테리어는 매물로 내놓을 집 구조에 맞게 다양한 가구와 액자, 심지어 페인트 색과 바닥까지 맞춤형 디자인이 가능하다. 부동산 전문매체 리얼터매거진은 가상 인테리어가 전통적인 주택 매물 소개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주택전시 여전히 강세 우선 리얼터매거진은 기존 인테리어 절차와 주택 매물 전시 방식은 소비자 또는 바이어에게 확실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고 강조했다. 셀러가 소파, 침대, 액자, 카펫, 진열장, 각종 화분까지 일일이 신경 쓴 만큼 주택시장에서 바이어 눈길도 끈다. 투자하는 만큼 효과를 내는 셈이다. 실제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2019년 주택시장 인테리어 전시와 판매 통계를 보면 텅 빈 집을 내놓을 때보다 열심히 꾸며놓은 집이 1~5%나 더 비싼 값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실물을 대여하고 설치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뉴욕시를 기준으로 할 때 매물로 내놓은 집을 한 번 꾸미려면 평균 2만 달러가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고 바이어의 취향에 맞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또한 바이어 입장에서도 사실 손해다. 매물로 나온 집의 인테리어가 맘에 들어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결과적으로 해당 비용까지 포함된 집값을 줄 때가 많다. ◆가상 인테리어 급부상 주택 바이어와 셀러의 수요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단과 기술로 가상 인테리어 수요는 늘고 있다. 가상 인테리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집 거실, 침실, 현관, 창틀, 페인트 벽화까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주택 셀러의 경우 집의 골격과 구조를 그대로 살린 채 셀러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모습의 집 내부를 홍보할 수 있다. 셀러 역시 매물로 나온 집을 본 뒤 자신이 원하는 인테리어를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 리얼터매거진은 바이어와 셀러 모두 매물로 나온 주택을 놓고 맞춤형 가구 배치 및 인테리어 시도가 가능하다고 추천한다. 여기에 가상 인테리어 완성본은 ‘현실과 차이가 없다’는 강점을 내보인다. 최첨단 디지털 기술 발달로 진짜 가구와 소품을 집에 들여놓은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 번 실수로 다른 소품이나 가구를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가상 인테리어는 최근 주택 실수요자로 떠오른 밀레니엄 세대와 궁합도 잘 맞는다.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주택 매물을 찾을 때 직접 방문하는 대신 ‘온라인 매물’부터 검색한다. 온라인으로 매물을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집을 결정한다. 가상 인테리어는 이런 밀레니엄 바이어에게 집을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코로나19팬데믹 영향으로 오픈하우스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오픈하우스에 들어갈 비용을 가상 인테리어에 투자하면 더 넓은 지역에서 다양한 잠재 바이어를 모을 수 있다. ◆업계도 다양한 서비스 제공 이처럼 가상 인테리어가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서비스도 많아졌다. 가상 인테리어 서비스 제공 업체는 최고급 가구 제조사의 이미지를 활용해 ‘시대별, 가구 브랜드별’ 서비스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주택 바이어나 셀러가 특정 시기의 디자인 양식과 최고급 가구 허먼 밀러 제품을 원한다고 하자. 관련 업체는 미리 준비한 디지털 이미지로 바로 집을 꾸며준다. 벽지와 바닥을 바꾸고 싶을 때도 클릭 한 번으로 가능하다.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클릭 한 번으로 새로 시작하면 된다. 가상 인테리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비용’이다. 주택 바이어와 셀러가 인테리어 시 실물 가구 등을 대여 또는 사는 것과 비교해 훨씬 싸다. 가상 인테리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리온 디자인(Barion Design)''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로 방 하나를 꾸미는 비용은 49~399달러(사진촬영 포함), 가구 배치는 이미지당 20~90달러면 가능하다. 또한 가상 인테리어는 의뢰한 뒤 24~72 시간 안에 완성본까지 받아볼 수 있다. 김형재 기자인테리어 트렌드 주택시장 인테리어 가상 인테리어 기존 인테리어